본문 바로가기

白石/백석 詩

(120)
가즈랑집 가즈랑집 승냥이가 새끼를 치는, 전에는 쇠메 든 도적이 났다는 가즈랑 고개 가즈랑집은 고개 밑의 산너머 마을서 도야지를 잃는 밤, 즘승을 쫓는 깽제미 소리가 무서웁게 들려오는 집 닭 개 즘승을 못 놓는, 멧도야지와 이웃사촌을 지나는 집 예순이 넘은, 아들없는 가즈랑빕 할머니는 중같이 정해서 할머니가 마을을 가면 긴 담뱃대가 독하다는 막써레기를 몇 대라도 붙이라고 하며 간 밤엔 섬돌 아래 승냥이가 왔었다는 이야기 어느메 산골에선간 곰이 아이를 본다는 이야기 나는 돌나물김치에 백설기를 먹으며 옛말의 구신집에 있는 듯이 가즈랑집 할머니 내가 날 때, 죽은 누이도 날 때 무명필에 이름 써서 백지 달어서 구신간시렁의 당즈깨에 넣어 대감님께 수영을 들였다는 가즈랑빕 할머니 언제나 병을 앓을 때면 신장님 단련이라고 ..
단풍(丹楓) 단풍(丹楓) 빨간 물 짙게 든 얼굴이 아름답지 않느뇨. 빨간 정(情) 무르녹는 마음이 아름답지 않느뇨. 단풍든 시절은 새빨간 웃음을 웃고 새빨간 말을 지즐댄다. 어데 청춘(靑春)을 보낸 서러움이 있느뇨. 어데 노사(老死)를 앞둘 두려움이 있느뇨. 재화가 한끝 풍성하야 시월(十月)햇살이 무색하다. 사랑에 한창 익어서 살찐 띠몸이 불탄다. 영화의 자랑이 한창 현란해서 청청한울이 눈부셔 한다. 시월(十月)시절은 단풍이 얼굴이요, 또 마음인데 시월단풍도 높다란 낭떨어지에 두서너 나무 개웃듬이 외로히 서서 한들거리 는 것이 기로다. 시월 단풍은 아름다우나 사랑하기를 삼갈 것이니 울어서도 다 하지 못한 독한 원한이 빨간 자주로 지지우리지 않느뇨.
나 취했노라 나 취했노라 나 취했노라나 오래된 스코틀랜드 술에 취했노라???나 슬픔에 취했노라나 행복해진다는 생각, 불행해진다는 생각에 취했노라나 이 밤 공허하고 허무한 인생에 취했노라 - 백석, "나 취했노라" -노리다케 가츠오에게 われ 醉(よい)へりわれ 古(ふる)き蘇格蘭土(スコットランド)の酒(さけ)に醉(よい)へりわれ 悲(かなし)みに醉(よい)へりわれ 幸福(こうふく)なることまた不幸(ふこう)なることの思(おも)ひに醉(よい)へりわれ この夜(よる)空(むな)しく虛(きょ)なる人生(じんせい)に醉(よい)へり 백석시인이 일본인시인 친구 노리다께 가즈오(則武三雄)에 써 준 시 則武三雄 ? ?を垂げていた白石。 白と云う姓で 石と云うは名の詩人。 僕も五十三?になって ?を垂げてみた。 優った詩人の白石。無名の私。 はるかに二十年の?月が 流れている。..
이주하 이 곳에 눕다 이주하 이 곳에 눕다 가난한 아들로 단천에 나니 재간이 뛰어났다 자라 영생에 배우고 뒤에 영신에 가르칠쌔 맑고 고요한 마음이 하늘과 사람을 기쁘게 하였다 뜻을 두고 스물세살로 동해에 가니 우리드의 정은 울다
늙은 갈대의 독백 늙은 갈대의 독백늙은 갈대의 독백(獨白)] 해가 진다갈새는 얼마 아니하야 잠이 드?다물닭도 쉬이 어늬 낯설은 논드렁에서 돌아온다바람이 마을을 오면 그때 우리는 설게 늙음의 이야기를 편다 보름밤이면갈거이와 함께 이 언덕에서 달보기를 한다강(江)물과 같이 세월(歲月)의 노래를 부른다새우들이 마름 잎새에 올라 앉는 이때가 나는 좋다 어늬 처녀(處女)가 내 닢을 따 갈부던을 결었노어늬 동자(童子)가 내 잎닢 따 갈나발을 불었노어늬 기러기 내 순한대를 입에다 물고갔노아- 어늬 태공망(太公望)이 내 젊음을 낚어갔노 이 몸의 매딥매딥잃어진 사랑의 허물자국별 많은 어늬 밤 강(江)을 날여간 강다리ㅅ배의 갈대피리비오는 어늬 아침 나루ㅅ배 나린 길손의 갈대지팽이 모다 내 사랑이었다 해오라비 조는 곁에서물뱀의 새끼를 업고 ..
황일 (黃日) 황일 (黃日) 한 십리(十里) 더 가면 절간이 있을 듯한 마을이다. 낮 기울은 볕이 장글장글하니 따사하다. 흙은 젖이 커서 살같이 깨서 이지랑이 낀 속이 안타까운가 보다. 뒤울 안에 복사꽃 핀 집엔 아무도 없나 보다. 뷔인 집에 꿩이 날어와 다니나 보다. 울밖 늙은 들매남에 튀튀새 한불 앉었다. 흰구름 따러가며 딱장벌레 잡다가 연두빛 닢새가 좋아 올라왔나 보다. 밭머리에도 복사꽃 피였다. 새악시도 피였다. 새악시 복사꽃이다. 복사꽃 새악시다. 어데서 송아지 매―하고 운다. 골갯논드렁에서 미나리 밟고 서서운다. 복사나무 아래 가 흙장난하며 놀지 왜 우노. 자개밭둑에 엄지 어데 안 가고 누었다. 아릇동리선가 말 웃는 소리 무서운가, 아릇동리 망아지 네 소리 무서울라. 담모도리 바윗잔등에 다람쥐 해바라기하다 ..
제3인공위성 제3인공위성 나는 제 3 인공위성 나는 우주 정복의 제 3 승리자 나는 쏘베트 나라에서 나서 우주를 나르는 것 쏘베트 나라에 나서 우주를 나르는 것 해방과 자유의 사상 공존과 평화의 이념 위대한 꿈 아닌 꿈들…… 나는 그 꿈들에서도 가장 큰 꿈 나는 공산주의의 천재 이 땅을 경이로 휩싸고 이 땅을 희망으로 흐뭇케 하고 이 땅을 신념으로 가득 채우고 이 땅을 영광으로 빛내이며 이 땅의 모든 설계를 비약시키는 나 나는 공산주의의 자랑이며 시위 공산주의 힘의, 지혜의 공산주의 용기의, 의지의 모든 착하고 참된 정신들에는 한없이 미쁜 의지, 힘찬 고무로 모든 사납고 거만한 정신들에는 위 없이 무서운 타격, 준엄한 경고로 내 우주를 나르는 뜻은 여기 큰 평화의 성좌 만들고저! 지칠 줄 모르는 공산주의여, 대기층을..
이른봄 이른봄 골안에 이른 봄을 알린다 하지 말라 푸른 하늘에 비낀 실구름이여, 눈 녹이는 큰길가 버들강아지여, 돌배나무 가지에 자지러진 양진이 소리여. 골안엔 이미 이른 봄이 들었더라 산기슭 부식토 끄는 곡괭이 날에, 개울섶 참버들 찌는 낫자루에, 양지족 밭에서 첫운전하는 뜨락또르 소리에. 골안엔 그보다도 앞서 이른 봄이 들었더라 감자 정당 40톤, 아마 정당 3톤 ― 관리위원회에 나붙은 생산 계획 숫자 위에 작물별 경지 분당 작업반장회의의 밤새도록 밝은 전등 불빛에. 아, 그보다도 앞서 지난해 가을 알곡을 분배받던 기쁨 속에, 감사 속에, 그때 그 가슴 치밀던 증산의 결의 속에도. 붉은 마음들 붉게 핀 이 골안에선 이른 봄으 드는 때를 가르기 어려웁더라. 이 골안 사람들의 그 붉은 마음들은 언제나 이른 봄의..